저스틴 벌랜더, 엄청난 업적을 뒤로 하고 뉴욕 메츠로
FA 선발 투수 최대어, 저스틴 벌랜더의 행선지가 정해졌습니다.
뉴욕 메츠와 무려 2년 8,666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습니다. 3년차 시즌에는 플레이어 옵션이 걸려 있으며, 1년 3,500만 달러짜리 옵션이라고 합니다.
40세 시즌부터 시작하는 계약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규모의 계약입니다. 유명 MLB 유투브 채널 “김형준의 야구야구”에서 이런 표현을 썼는데, ‘우리 시대의 놀란 라이언’이라는 표현입니다. 놀란 라이언이 40대에도 맹활약했던 것처럼, 벌랜더도 불혹이 되어서까지 엄청난 규모의 계약을 따내고야 말았습니다.
휴스턴에서의 벌랜더는, 그야말로 위대한 투수 그 자체였습니다.
2017시즌 중반, 당시에 트레이드 마감 시한 이후에 존재했던 웨이버 트레이드를 통해 시즌 막판 휴스턴으로 이적하게 된 벌랜더는 팀의 첫 우승을 이끌면서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 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벌랜더에게도 생애 첫 우승이었죠.
휴스턴 합류 이후에도 대단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던 벌랜더는, 기어이 2019시즌 자신의 2번째 사이영 상을 타냅니다. 223이닝 21승 6패 ERA 2.58 ERA+ 179 bWAR 7.3, 36살 노장이 기록한 성적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이었습니다. 같은 팀 동료 게릿 콜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타낸 사이영 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즌 아쉽게 월드시리즈에서 워싱턴에 패배했는데 벌랜더가 2차전과 6차전에서 부진한 탓이 컸던지라 아쉬움이 남았던 시즌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단축시즌이었던 2020시즌을 앞두고 2년 6,6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벌랜더였으나, 단 한 경기만 등판하고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2021시즌까지 통째로 날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계약이 먹튀 계약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벌랜더의 클라스를 한 번 더 믿기로 한 휴스턴은, 1년 2,500만 달러에 2년차 시즌 1년 2,500만 달러 선수 옵션을 추가한 계약을 쥐어주게 됩니다. 당시에는, 30대 후반에 토미존 수술을 받은 선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단기 계약이라고 해도 매우 위험한 계약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카를로스 코레아를 잡지 않은 것과 더해, 휴스턴의 오프시즌은 상당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벌랜더의 2022시즌은 다들 아시다시피, 자신의 3번째 사이영상 수상, 그것도 압도적인 격차를 만들어낸 만장일치 수상이었습니다.
175이닝 18승 4패 ERA 1.75 ERA+ 220 bWAR 5.9.
39세에 토미존 수술을 받고 복귀한 투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이었습니다. 고대했던 월드시리즈 첫 승까지 기록하고 팀의 두 번째 우승에 기여한 벌랜더는 더할 나위없이 행복했던 시즌을 보내고, 선수 옵션을 거절한 뒤 FA 시장에 나왔습니다.
물론 40세 시즌을 시작하는 선수이지만, 지난 시즌 사이영 상을 수상한 만큼 확실한 성적을 보장해줄 선수였습니다. 나이가 많은 만큼 애초에 4년 이상의 장기계약은 불가능하고 이는 벌랜더도 잘 아는 만큼, 우승권에 있는 팀들이 마지막 퍼즐로 단기 계약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빅마켓 팀들이 많이 달려들 것으로 예상이 되었습니다.
벌랜더의 휴스턴 시절 활약입니다.
경기 | 이닝 | 승 | 패 | ERA | ERA+ | FIP | WHIP | SO | K/BB | fWAR | bWAR | |
2017 | 5 | 34.0 | 5 | 0 | 1.06 | 389 | 2.69 | 0.647 | 43 | 8.60 | 1.0 | 1.8 |
2018 | 34 | 214.0 | 16 | 9 | 2.52 | 164 | 2.78 | 0.902 | 290 | 7.84 | 6.6 | 6.3 |
2019 | 34 | 223.0 | 21 | 6 | 2.58 | 179 | 3.27 | 0.803 | 300 | 7.14 | 6.4 | 7.4 |
2020 | 1 | 6.0 | 1 | 0 | 3.00 | 156 | 5.69 | 0.667 | 7 | 7.00 | 0.0 | 0.2 |
2022 | 28 | 175.0 | 18 | 4 | 1.75 | 220 | 2.49 | 0.829 | 185 | 6.38 | 6.1 | 5.9 |
합계 | 129 | 652.0 | 61 | 19 | 2.26 | 187 | 2.89 | 0.833 | 825 | 7.24 | 20.1 | 21.6 |
- 2017시즌 중 디트로이트에서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되었습니다.
그렇게 맺은 계약, 2년 8,666만 달러. 같은 팀에서 뛰게 된 슈어저와 평균 연봉은 4,333만 달러로 동일합니다. 메이저리그 역대 공동 1위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메츠는 디그롬-슈어저 콤비를 유지하는 대신, 벌랜더-슈어저 콤비로 바꿔낀 셈이 되었습니다. 텍사스로부터 예상보다 너무 큰 규모의 계약을 받은 디그롬을 붙잡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단기 계약이면서 더 확실한 카드인 벌랜더를 잡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가장 의외인 것은 다저스와 양키스가 더 큰 금액으로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양키스는 게릿 콜이 이번 시즌 부진했고, 네스터 코르테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투수진이 타선에 비해 약한 편인지라 벌랜더를 잡아서 우승을 노리겠다는 셈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애런 저지를 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베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저스는 정말 의외입니다. 이번 오프시즌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데, 다른 구단들이 어떻게든 빅 네임을 영입하려고 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물론 다저스는 FA 장기 계약에 인색하고, S급 선수가 아니라면 외부 영입을 자제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벌랜더는 확실한 S급 선수인 데다가 장기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저스가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임이 확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버 바우어의 징계 소송 문제가 있어 사치세 계산이 아직도 복잡하다는 점 때문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송에서 지게 될 경우 바우어에게 줘야 될 돈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독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영입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벌랜더 : A
40대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3번의 사이영 상과 MVP 1회를 수상한 만큼, 벌랜더가 명예의 전당에 첫 턴에 들어갈 것은 사실 당연합니다. 메츠에서 만약 우승을 이끌고 개인상까지 수상한다면, 디트로이트, 휴스턴, 뉴욕 메츠 3팀에서의 영구 결번 또한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이징 커브 이론을 이겨내고, 벌랜더가 40대에도 맹활약했으면 좋겠습니다.
메츠 : B
디그롬을 놓쳤지만 가장 확실한 대안을 잡았습니다. 페이롤이 치솟은 만큼 막대한 사치세를 내야 하는데, 만약 우승하지 못 한다면 이는 대실패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너무 많은 영입을 한 메츠가 이번 시즌 웃음 후보가 될지 우승 후보가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휴스턴 : B+
저는 휴스턴이 벌랜더와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휴스턴에 남아서 더 많은 우승을 노릴 수도 있었겠지만, 휴스턴도 최근 페이롤을 어느 정도 관리하면서 우승에 도전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발진 연봉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5선발 유지가 가능한 휴스턴인 만큼, 벌랜더를 잡지 않을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위험부담이 있는 40대 선발 투수를 잡기보다는, 있는 자원을 활용해 2연패에 도전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