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의 믿을 수 없는 2022시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많이들 알고 계실 <메이저>라는 야구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고노 시게루의 성장기를 다룬 만화인데, 주인공이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투타겸업에 성공하는 내용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시게루도 하나 피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바로 혹사였습니다. 고시엔 일정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아마추어 혹사는 이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게루도 이 여파로 선발로는 오래 뛰지 못 하고 마무리 투수로 전향하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현실 세계의 투타겸업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가 있습니다. 2021시즌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며 만장일치 MVP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죠. 투타겸업은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을 모두 던져내는 위대한 시즌이었습니다. 4년차 시즌이었음에도, 이전 시즌들에는 제대로 된 투타겸업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니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 있었습니다. 한 시즌 해낸 것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투타겸업이 한 시즌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커리어 내내 유지하기에는 내구성 문제가 반드시 따라올 것이라는 의구심이 꽤 많았기에 한 시즌으로 그 많은 꼬리표를 전부 떨쳐낼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오타니는 2021시즌 시작 전 연봉 조정을 피해 2년 85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2022시즌 이 계약이 끝나고 마지막 연봉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이번 시즌에 좋은 성적을 보여줘야 마지막 조정 때 큰 계약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타니는, 또 하나의 전설적인 시즌을 만들어내며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한 시즌 규정이닝-규정타석 달성. 이 업적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요. 투수로서는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고, 타자로서는 지난 시즌보다는 부족했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의 생산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베이브 루스에 이어 100년만에 나타난 이 만화와 같은 선수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만화도 이렇게 그리면 안 될 것 같은, 오타니 쇼헤이의 2022시즌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아래는 지난 두 시즌 간, 오타니가 기록한 성적입니다.
경기 | 이닝 | 승 | 패 | ERA | ERA+ | FIP | WHIP | SO | K/BB | fWAR | bWAR | |
2021 | 23 | 130.0 | 9 | 2 | 3.18 | 141 | 3.52 | 1.090 | 156 | 3.55 | 3.0 | 4.1 |
2022 | 28 | 166.0 | 15 | 9 | 2.33 | 172 | 2.40 | 1.012 | 219 | 4.98 | 5.6 | 6.2 |
합계 | 51 | 296.0 | 24 | 11 | 2.70 | 156 | 2.89 | 1.047 | 375 | 2.96 | 8.6 | 10.3 |
경기 | 타석 | 타율 | 출루율 | 장타율 | OPS | OPS+ | wRC+ | 홈런 | 타점 | fWAR | bWAR | |
2021 | 155 | 639 | .257 | .372 | .592 | .965 | 157 | 151 | 46 | 100 | 5.0 | 4.9 |
2022 | 157 | 666 | .273 | .356 | .519 | .875 | 145 | 142 | 34 | 95 | 3.8 | 3.4 |
합계 | 312 | 1305 | .265 | .364 | .554 | .918 | 151 | 146 | 80 | 195 | 8.9 | 8.3 |
2021 시즌 : AL MVP 1위, 올스타 (DH, 투수 동시 선정. AL 선발투수), 실버슬러거 (DH)
2022 시즌 : AL MVP 2위, AL 사이영 4위, 올스타 (DH, 투수 동시)
오타니가 이번 시즌 MVP 2위에 그친 건 순전히 62홈런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한 애런 저지 (뉴욕 양키스)가 있어서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더 뛰어난 기록을 달성했고, 인간의 몸으로 규정이닝-규정타석 동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오타니는 일본 리그에서도 투타겸업을 했는데, 당시 이미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다르빗슈가 투타겸업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가 있었고 이 영상이 상당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튜브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TqTZFO-8-_U\
이 영상에서 보듯, 다르빗슈는 ‘화제성을 위해서 지금은 투타겸업을 했으면 좋겠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안 통할 것이다. 한 쪽으로 좁혀야 할 것이고, 기왕이면 오타니만의 색을 낼 수 있는 투수 쪽으로 좁히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야구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후배를 응원하는 대선배조차도 메이저리그 레벨에서의 투타겸업을 불가능하다고 봤는데, 오타니는 보란 듯이 대업을 이루고야 말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투수 오타니’가 더 대단했던 한 해였습니다.
투타겸업을 하는 선수임에도, 투수로서 166.0이닝 15승 9패 ERA 2.33 bWAR 6.2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시즌 승운이 따르지 않으며 놓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 10승-30홈런 시즌을 만들어냈습니다.
1위 (7점) | 2위 (4점) | 3위 (3점) | 4위 (2점) | 5위 (1점) | 총점 | |
저스틴 벌랜더 | 30 | 210 | ||||
딜런 시스 | 14 | 10 | 5 | 1 | 97 | |
알렉 마노아 | 7 | 13 | 10 | 87 | ||
오타니 쇼헤이 | 9 | 7 | 12 | 1 | 82 |
사이영 투표에서는 2위표 9장을 포함해 82점을 얻어 4위를 기록했습니다. 벌랜더가 너무 압도적이었기에 만장일치 수상을 가져간 만큼 1위표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놀라운 성적임에는 확실합니다. 2위인 딜런 시스(시카고 화이트삭스)가 97점, 3위인 알렉 마노아(토론토)가 87점이었으니 세 선수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투표권이 있는 30명의 기자들 중 28명이 시스-마노아-오타니 이 세 선수를 2~4위에 투표했습니다. 그 정도로 이 세 선수가 단단한 2위권을 형성했던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을 하고 7회에 올라왔는데 6실점을 해버린 그 경기가 너무 아쉬웠는데, 그 경기만 없었어도 사이영 포디움 입성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번 시즌 오타니의 퍼포먼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들이 있습니다. 바로 6월 21일과 22일에 펼쳐진 캔자스시티와의 홈 경기입니다. 이 두 경기에서 연달아 믿기지 않는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를 모두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유튜브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E9wB1QwCGEE
6월 21일에는 지명타자로 선발출전, 4타수 3안타 2홈런 8타점을 기록했습니다. 3점 홈런 2개를 기록했고, 그 중 하나는 9회말 석 점 차로 뒤지던 팀에게 동점을 선물한 홈런이었습니다. 희생플라이 2개로 2타점을 더한 오타니의 맹활약에 힘입어... 에인절스는 놀랍게 연장 접전 끝에 한 점차로 패했습니다. 8타점은 현재 개인 최다 타점 기록입니다. 2개의 홈런까지 쳐낸, 타자 오타니로서 최고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6월 22일에는 선발 투수 겸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했는데, 8이닝 2피안타 13K 무실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정말 못하는 것이 없는 선수임을 보여준 날이었습니다. 특히 오타니의 결정구인 스플리터가 이 날 타자들을 말 그대로 유린했습니다. 경기 영상을 보고 싶으시다면 위의 유튜브 링크로 들어가보시면 됩니다.
마지막 연봉조정이었던 다음 시즌 계약에서 오타니는 1년 3,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이제 풀타임 6년차 시즌을 마치게 되므로, 다음 시즌이 종료되면 FA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오타니의 거취는 내년 시즌 내내 뜨거운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우선 LA에인절스가 매각될 수도 있다는 소식인데, 아트 모레노 현 구단주는 오타니를 보유한 현재의 LA에인절스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오타니를 활용한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인절스가 우승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면, 오타니가 FA로 나가기 전에 무조건 트레이드 매물로 내보내야 합니다. 오타니는 현재까지 상황으로만 봐서는 연장계약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2017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입단할 때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오타니의 다음 시즌 성적과 FA 계약이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오타니는 다음 시즌이 29세 시즌으로, FA 계약은 30세 시즌부터를 커버하기 때문에 큰 규모의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며 세간에서는 연평균 5,000만 달러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오타니가 커리어 말년까지 투타겸업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꾸준히 활약해주기를 야구 팬들 모두가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