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MLB 명예의 전당 투표 예상
매년 1월, 메이저리그 팬들이 기다리는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명예의 전당 투표입니다. 명예의 전당이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만이 입성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최고의 성적과 함께 뛰어난 인품을 가진 선수들만이 입성할 수 있죠. 특히나 메이저리그는 4대 스포츠 중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명예의 전당 입성은 모든 선수들의 최종적인 커리어 목표가 되기도 하죠.
올해 투표 결과는 1월 24일에 발표되는데, 투표권은 메이저리그 기자들 중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주어집니다. 기자들은 최대 10명까지 투표할 수 있으며, 아무도 투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투표용지를 어떤 창구를 통해서든 공개해도 무방합니다. 물론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요. 이렇게 공개된 투표용지들을 언론에서 수합하여 결과 예상을 내놓고는 합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결과를 분석해볼 것이고요.
우선 이 투표의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선수로서 족적을 남겼다는 뜻입니다. 10년 이상을 뛴 선수들만이 용지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은퇴한 지 5년이 지나야 합니다. 그 중에서 투표 용지에 올라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만 추려서 투표 용지에 넣습니다. 참고로 박찬호 선수도 투표 용지에 아예 실리지도 못 했습니다.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면, 10번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 중 한 번이라도 7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곧바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7월 중에 동판을 거는 행사가 열리는데,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순간이죠. 단, 10번 중 한 번이라도 5% 이하의 득표를 기록하거나, 10번의 기회를 모두 소진했다면, 후보에서 제외됩니다.
참고해야 하는 것이 바로 투표 경향입니다.
첫째, 최근 들어 투표가 매우 후해졌습니다. 입성할 만한 성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빨리 보내주는 분위기가 깔려 있으며, 기자단이 물갈이되면서 젊은 기자들이 많이 유입된 영향으로 인심이 많이 후해졌습니다. 그렇게 나오지 않던 만장일치 입성이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에게 돌아갔다는 것만 보아도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라면 리베라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닝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보거든요.)
둘째, 투표이기 때문에 성적만 입성을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자들과 사이가 좋아 이미지가 좋은 오티즈는 약물 논란에도 단번에 입성했던 반면, 정치 및 혐오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많이 일으킨 커트 실링은 입성이 가능했음에도 탈락했습니다.
셋째, 공개된 투표용지에 비해 비공개된 것들이 더 보수적입니다. 젊은 기자들일수록 SNS 등을 통한 소통이 활발하며, 자신의 투표를 공개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보수적인 기자들이 공개를 잘 안 하는 경향이 있고 이들이 확실히 인심이 짜기 때문에, 선공개된 투표 결과 수합에 비해 실제 득표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공개에서 75%를 못 넘기는 후보는 이번 투표에 입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2023년 1월 11일 현재, 총 131명(37.0%)의 표가 공개된 가운데 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75% 이상 : 스캇 롤렌(6회차, 81.2%), 토드 헬튼(5회차, 79.9%)
50% 이상 : 빌리 와그너(8회차, 73.2%), 앤드류 존스(6회차, 69.8%), 개리 셰필드(9회차, 66.4%), 카를로스 벨트란(1회차, 57.7%), 제프 켄트(10회차, 50.3%)
40% 이상 : 알렉스 로드리게스(2회차, 43.0%), 매니 라미레스(7회차, 40.9%)
이번 투표의 특징은, 올해가 투표 첫 해인 선수들의 면면이 별로라는 점입니다. 한 기자 당 10명까지만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첫 후보가 된 선수들이 별로라면 그동안 75%를 못 채워 입성을 못 하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곤 했습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득표율 탑5에 든 선수들이 지난해보다 20%p씩 상승한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1회차 선수들은 벨트란 외에는 현재까지 단 한 표도 받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기류에 힘입어, 특별한 추가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한 입성이 유력했던 스캇 롤렌과 토드 헬튼은 이번 투표를 통해 턱걸이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만약 올해 들어가지 못 한다면, 내년 투표에 첫 후보가 되는 선수들은 애드리안 벨트레와 체이스 어틀리 등 클라스가 떨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오히려 득표율이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가장 변수가 되고 있는 문제가 약물 선수들의 입성 여부입니다. 지난 2022년 투표에서 금지약물 논란이 있는(전과는 아닙니다. 공식적인 검사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데이비드 오티즈가 1회차 투표로 입성한 것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오티즈는 성적만 봐도 애초에 명예의 전당에 10회차 턱걸이해야 할 수준의 커리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자서전으로 금지약물 지정 전 약물을 사용한 것을 시인한 마이크 피아자도 입성한 만큼 약물 선수들에게 관대해진 경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많았죠.
하지만 약물 전과가 확실한 선수들에게는 어떤 임계치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약물 문제가 확실한 선수들은 절대로 투표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기자들이 꽤나 있는 것으로 보이죠.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가 결국 입성하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알렉스 로드리게스, 매니 라미레스는 10%p 정도씩 투표율이 상승했지만 입성권인 75%와는 거리가 먼 상황입니다. 라미레스는 7회차기 때문에 이 정도로는 절대 입성이 불가능하며, 로드리게스는 투표율만 봐서는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도 본즈나 클레멘스보다는 득표율 페이스가 나쁘다는 점은 참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로드리게스는 약물에 2번이나 걸렸으며, 2번째 걸렸을 때는 다른 선수를 팔아넘긴 것이 걸리는 듯 상당히 악질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입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본즈나 클레멘스도 50%대부터는 득표율이 답보 상태를 보였기 때문에 로드리게스도 그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첫 후보자로는 카를로스 벨트란이 있었는데, 무려 57.7%를 득표했습니다. 벨트란은 첫 턴 입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5번째 투표를 넘어가면 입성할 수 있는 커리어를 가진 선수 정도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후한 인심을 보여주듯 매우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근시일 내에 입성을 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이 정도 득표율이라면 3번째 투표 정도에서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벨트란에게도 마지막 관문이 있는데 바로 사인 훔치기입니다. 휴스턴 시절 사인 훔치기의 주동자로 메이저리그 사무국 조사에서 공식적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로 인해 뉴욕 메츠 감독으로 선임되었으나 한 경기도 못 맡고 사임해버렸죠. 득표율을 봐서는 이 문제가 약물 문제보다는 한 차원 낮은 문제로 치부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입성 시기가 되었을 때 턱걸이 근처에서 물을 먹는 상황이 나올 수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명예의 전당 결과는 현지 시간으로 1월 24일에 나옵니다. 결과가 나오면, 입성 선수들의 커리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