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 2022 시즌/2022 시즌 정리

코디 벨린저의 끝없는 몰락

3939339 2022. 12. 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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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9(한국 시간), 드디어 코디 벨린저가 논텐더로 방출되었다는 오피셜이 발표되었습니다. 시즌 내내 과연 LA다저스가 벨린저를 포기할지에 관한 설왕설래가 많았는데, 결국 프랜차이즈 스타 외야수 벨린저를 다저스가 포기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우선 이 결정을 이해하려면 논텐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메이저리그는 서비스 타임 6년을 채우면 FA가 되어 자유롭게 팀을 구할 수 있습니다. 6년을 채우기 전에는 선수와 계약하고 있는 팀이 선수에 대한 권리를 가집니다. 서비스 타임 3년을 채우기 전에는 최저 연봉으로 뛰어야 하며, 4~6년차에는 연봉조정 절차를 거쳐 그동안의 성적에 따른 고과를 책정받아 연봉 계약을 하게 됩니다. 물론 연봉조정이 되기 전에 1년 계약에 합의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 전에 다년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확보하는 선수들도 있죠. 하지만 벨린저는 그런 계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연봉조정에 들어간 선수는, 아무리 못 하더라도 전보다 연봉을 삭감할 수는 없습니다. , 현재의 연봉 이상의 값을 못 하는 선수라면 구단에서는 연봉조정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대신 구단은 이 선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죠. 이를 논텐더 방출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볼 수 없을, 코디 벨린저의 다저스 시절 모습. 출처 = Los Angeles Times

벨린저는 큰 기대를 받으며 2017년 다저스에서 데뷔했습니다. 이후 2019년, 3년차 시즌 맹활약하며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했습니다. 애초에 기대치가 매우 높았던 선수였고 성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던 데다가 드디어 MVP를 수상한 만큼, 첫 연봉조정 때부터 큰 폭의 연봉 인상이 예상되었죠. 2020년 시즌을 앞두고 11,15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당시 연봉조정 첫 해 선수로는 최다 연봉 기록이었습니다.

 

벨린저의 2017~2019년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기 타석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OPS+ wRC+ 홈런 타점 fWAR bWAR 연봉 ($)
2017 132 548 .267 .352 .581 .933 143 138 39 97 3.8 3.9 최저
2018 162 632 .260 .343 .470 .814 120 120 25 76 3.5 4.2 최저
2019 156 661 .305 .406 .629 1.035 167 161 47 115 7.7 8.6 최저

3년동안 기록한 fWAR 합계는 15.0, bWAR 합계는 16.7입니다. 리그 최고의 외야수 중 하나로 거듭났다고 단언할 수 있는 기록들입니다.

 

그러나 벨린저는 2020시즌 알 수 없는 부진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60경기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2020시즌에 부진한 선수들은 많았고, 벨린저도 이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했습니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표본이 적은 상황에서 60경기 성적만 두고 그 선수를 평가할 수는 없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단지 일시적인 부진이 단축시즌으로 인해 과대포장되었다는 인식이 많았던 것이죠.

 

2021시즌, 모두가 기대했던 벨린저의 반등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놀랍게도 제대로 치러진 이번 시즌에는 더 안 좋아진 모습을 보이며 기어이 승리기여도 음수를 기록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단순히 조금 못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 모두들 심각성을 인식했습니다. 특히나 LA다저스는 매우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타선을 구축해서 우승권 성적을 노리는 팀이기 때문입니다. 무키 베츠와 함께 가장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타자가 벨린저였기 때문에, 벨린저의 부진은 아주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결국 이 시즌, 다저스는 디비전 우승에 실패합니다. 물론 벨린저가 못 한 것 하나만으로 다저스가 우승을 놓친 것은 아닙니다. 정규시즌 106승을 기록했고, 샌프란시스코가 이 시즌 더 잘 했을 뿐이었죠. 하지만 벨린저가 제 몫을 다 했다면 디비전 우승을 놓칠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벨린저는 포스트시즌 반등했습니다. 높은 OPS를 기록하며 반등을 기대하게 만들었죠. 다저스도 벨린저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리그 MVP까지 차지한 타자에게 기회를 충분히 준다면 다시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반등은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세리머니를 하는 벨린저. 이제 이 모습도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출처 = The Athletic

2022시즌의 벨린저는 그 전보다는 조금 나은 선수였을 뿐, 반등과는 거리가 먼 성적을 또 다시 기록하고야 말았습니다. 5년차 시즌에 17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선수로서는, 조금 창피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기록을 냈죠. 물론 벨린저가 수비가 준수한 중견수이기는 하나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수비로 만회하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시즌 후반부까지 기대를 저버린 벨린저의 활약은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다저스는 사실 예상보다 많은 타자들이 부진했습니다. 시즌 1000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던 타선에서 벨린저 말고도 부진한 선수들은 많았죠. 하지만 MVP까지 탔던 벨린저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 한 것은, 다저스에 치명적이었습니다.

 

벨린저가 2020~2022시즌 기록한 성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경기 타석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OPS+ wRC+ 홈런 타점 fWAR bWAR 연봉 ($)
2020 56 243 .239 .333 .455 .789 112 112 12 30 1.4 1.5 1,100
2021 95 350 .165 .240 .302 .542 45 47 10 36 -1.0 -1.5 1,610
2022 144 550 .210 .265 .389 .654 78 83 19 68 1.7 1.2 1,700

이 3년동안 기록한 fWAR 합계는 고작 2.1, bWAR는 1.2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저스가 벨린저를 2021시즌 후에도 방출할지 말지 내부적으로 고민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우선 제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벨린저가 방출될지 말지. 그러나 한 시즌 반만 부진한 것으로는 방출하기 어려웠나 봅니다. 특히나 포스트시즌 활약이 좋았던 벨린저이기에, 한 번쯤은 더 기대해 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2022시즌 그의 몰락이 확정된 상황에서는, 예상 연봉이 1800만 달러였던 벨린저를 붙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나 다저스는 이번 시즌 제임스 아웃맨이라는 외야수 유망주가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2021시즌과는 상황이 다르죠. 물론 테일러가 중견수를 볼 수 있지만, 다저스의 계획에는 테일러가 한 포지션에 고정되는 선택지는 전혀 없기 때문에 확실한 대체자가 필요했습니다. 아웃맨이 등장한 이상, 벨린저를 포기할 명분까지 갖춰진 상황에서 다저스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벨린저는 방출 이후, 줄곧 1년 계약만을 고집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에이전트는 스캇 보라스인데, 벨린저가 기회를 받고 부활하면 더 확실한 큰 계약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12월 7일(한국 시간), 드디어 시카고 컵스와 1년 1,750만 달러의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연봉은 1,200만 달러이고 1년 뒤에 상호 옵션이 있으며 바이아웃이 550만 달러라고 합니다.

 

우선 벨린저는 계약 규모를 통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사실상 퀄리파잉오퍼 수준에 가까운 계약을 받았기 때문에, FA 재수를 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FA 재수 선수들과는 다르게, 벨린저는 이번 시즌에도 부진한다면, 부진 정도에 따라 최악의 경우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 자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오직 본인의 의지겠지요.

다저스는 아웃맨이라는 준수한 유망주를 발굴했기에 일단 보험은 갖춘 상황입니다. 향간에서는 벨린저를 더 낮은 연봉으로 재계약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런 계약을 벨린저가 받아낸 이상 다저스가 벨린저를 잡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다저스는 트레이 터너가 이적한 것이 더 뼈아픈 상황인지라, 벨린저 방출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컵스는 벨린저 영입을 왜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벨린저가 필요한 팀은, 우승권에 있지만 외야수가 확실하지 않은 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모를 복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컵스는 우승권 팀이 아니고, 무엇보다 스즈키 세이야 영입이 첫 시즌에는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다시 우승권으로 전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에 제동이 걸린 상황입니다. 샐러리가 많이 비어 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돈을 허투루 쓰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계약에서, 제 등급은 다음과 같습니다.

 

벨린저 : A+

본인이 원하는 최대한의 계약을 받아냈습니다. 다년 계약을 본인이 싫다고 거절했으니, 이제 실력으로 보여줄 차례입니다.

 

다저스 : B+

벨린저 없이도 잘 돌아갈 팀이니 내보내는 결정은 평범했습니다. 준수한 대안을 갖추고 있었기에 +를 더해주었습니다.

 

컵스 : D

앞에서 언급했듯 도저히 벨린저가 필요한 구석이 없어보이네요. 그리고 팀에게는 너무 규모가 큰 계약입니다. 아마 논텐더 방출된 선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일 듯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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