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승 81패.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2022시즌 기록한 성적입니다. 정확히 5할로, 리빌딩을 끝내고 우승 도전을 선언한 팀 치고는 매우 초라한 성적이었습니다. 많은 나이에 복귀를 선언한 토니 라루사 감독이 시즌 중 건강 문제로 사임하는 등 뒤숭숭했던 한 해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삭스는 여전히 조금만 힘을 내면 우승 도전을 할 수 있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올 시즌 팀의 기둥이 되어줄 에이스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 2위를 차지한, 딜런 시스(Dylan Ceas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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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 시스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시카고 컵스의 6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입니다. 원래는 1라운드 지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 선수였지만, 드래프트 직전 오른쪽 팔꿈치 인대 손상이 발견되었고 이로 인해 드래프트 순위가 많이 떨어졌었습니다.
시스의 드래프트 당시 스카우팅 리포트(블리처 리포트 2014년 리포트를 참고했습니다)를 보면,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인해 우려스러운 평가가 상당히 많이 적혀있습니다. 가능한 최대 잠재력이 3선발 정도라고 적혀있으니까요.
이후 컵스가 2017년 시즌 중 호세 퀸타나를 트레이드해오면서 반대급부로 화이트삭스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이 트레이드의 핵심 유망주는 일로이 히메네스였고, 히메네스와 시스를 포함해 4명의 유망주가 이적했습니다. 히메네스는 현재 시스의 동료로 화이트삭스 메이저리그 로스터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로 성장했죠.
이미 2017년에 컵스 팀 내 4위 유망주였고 메이저리그 전체 97위(베이스볼아메리카 기준)까지 랭킹이 올랐던 선수일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랐습니다. 그리고 2019년 메이저리그 전체 21위 유망주로 선정된 시스는 데뷔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딜런 시스의 성적입니다.
경기 | 이닝 | 승 | 패 | ERA | ERA+ | FIP | WHIP | SO | K/BB | fWAR | bWAR | |
2019 | 14 | 73.0 | 4 | 7 | 5.79 | 79 | 5.19 | 1.548 | 81 | 2.31 | 0.7 |
-0.3 |
2020 | 12 | 58.1 | 5 | 4 | 4.01 | 111 | 6.36 | 1.440 | 44 | 1.29 | -0.3 |
0.1 |
2021 | 32 | 165.2 | 13 | 7 | 3.91 | 112 | 3.41 | 1.249 | 226 | 12.3 | 4.4 |
2.9 |
2022 | 32 | 184.0 | 14 | 8 | 2.20 | 180 | 3.10 | 1.109 | 227 | 11.1 | 4.4 |
6.4 |
합계 | 90 | 481.0 | 36 | 26 | 3.56 | 120 | 3.92 | 1.264 | 578 | 10.8 | 9.2 |
9.2 |
특히 시스의 슬라이더는 이번 시즌 일취월장했습니다.
원래도 시스는 다른 구종에 비해 슬라이더의 구종 가치가 높았습니다. 이번 시즌 드디어 진가를 발휘했는데, 시스가 기록한 스탯캐스트 슬라이더 구종 가치는 –36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모든 선수의, 그 어떤 구종보다도 가치있는 공이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의 슬라이더의 구종 가치가 –28로 전체 2위였으니, 오타니의 슬라이더보다 더 좋았다는 뜻입니다.
딜런 시스 2022시즌 하이라이트 : https://www.youtube.com/watch?v=T68_nSaaSyI
시스는 이런 본인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슬라이더 비중도 높였습니다. 30.1% (2020) => 30.6% (2021) => 42.9% (2022) 로, 30% 정도였던 비중이 40%를 훌쩍 넘었습니다. 구속도 이전 두 시즌은각 85.0, 85.9마일이었던 것에 비해, 2022시즌에는 87.4마일로 더 높아졌습니다. 본인의 필살기를 드디어 장착한 것이죠. 구종가치 향상은 타구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에도 크게 일조했습니다. 시스의 배럴 타구 비율은 8.8%(2020), 9.9%(2021)에서 6.2%(2022)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시스의 다른 구종은 크게 발전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슬라이더와 함께 시스가 가장 즐겨 던지는 구종인 포심패스트볼은 평균 구속이 96.7마일(2021)에서 96.8마일(2022)로 거의 같았고, 분당 회전수는 2543회(2021)에서 2507회(2022)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그렇지만 패스트볼의 기대득점가중치(xwOBA)는 .355(2021)에서 .337(2022)로 많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구종가치는 투수가 어떤 식으로 그 구종을 배합해서 활용하냐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슬라이더 구종 대응이 크게 어려워짐에 따라 타자들이 시스의 직구에도 방망이를 잘 맞추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슬라이더를 과하게 의식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슬라이더의 구속이 크게 상승하면서 언터쳐블한 공이 된 것과, 슬라이더와 포심의 비중을 크게 늘린 공 배합의 수정이 올해의 AL 사이영 2위 딜런 시스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스는 드래프트 전부터 부상 문제가 있었던 선수이고(메이저리그 데뷔 이후에는 특별한 장기 부상 이력은 없습니다) 그로 인해 잠재력만큼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 했습니다. 특히나 슬라이더는 강력한 공이지만 부상을 많이 만들 수 있다고 하여 현재 메이저리그 트렌드에서는 많이 활용하지 않는 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스가 활용하는 슬라이더는 타자의 타이밍을 너무 완벽하게 뺏습니다. 그 슬라이더를 의식한 나머지, 지난 시즌과 비슷한 위력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포심에 대한 대응력도 떨어지는 것이 지표를 통해 확연히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시스의 투구가 가장 빛났던 경기는 9월 3일에 펼쳐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경기였습니다. 9이닝 1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게임스코어 90점의 완봉승을 거두면서 팀의 13-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시스가 던진 공은 103개로, 9회까지 등판할 만한 투구수 조절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시스는 웃지 못 했는데, 이번 시즌 AL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스에게 9회말 2아웃에 안타를 맞으면서 노히트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경기 영상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eM-8bNYwiBI
본인 커리어 최고의 피칭을 보여주고도, 마지막 안타를 허용한 것 때문에 웃지 못 하는 시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승부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경기 직전까지도 벌랜더로 완벽하게 기울었던 AL 사이영상 레이스는 약간의 반전의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죠. 워낙에 훌륭한 피칭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페이스를 9월에 유지한다면 기적의 역전이 가능할지도 모르니까요.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시스는 AL 사이영 2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회춘한 벌랜더가 너무 완벽했으니 어쩔 수 없었죠.
1위 (7점) | 2위 (4점) | 3위 (3점) | 4위 (2점) | 5위 (1점) | 총점 | |
저스틴 벌랜더 | 30 | 210 | ||||
딜런 시스 | 14 | 10 | 5 | 1 | 97 | |
알렉 마노아 | 7 | 13 | 10 | 87 | ||
오타니 쇼헤이 | 9 | 7 | 12 | 1 | 82 |
시스에게 남은 과제는, 올 시즌의 맹활약이 플루크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시선인 것이, 지난 2021시즌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성적을 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시즌 반짝 잘 하는 선수는 많이 있었습니다. 꾸준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경지니까요.
그러나 시스가 만약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 한다면, 화이트삭스의 계획은 크게 틀어지게 됩니다. 강력한 에이스의 존재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시스가 흔들린다면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선수가 당장 화이트삭스에는 없으니까요. 팀의 선전을 위해서라도, 시스가 올 시즌 활약을 이어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4년차 시즌, 첫 연봉조정을 맞게 되는 시스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통해, 어떤 계약을 받아낼 지도 궁금해집니다. 콧수염이 매력적인 시스가, 그 매력을 구위에서도 유지해서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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