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 2022 시즌/2022 오프시즌

애런 저지 양키스 잔류, 양키스의 승부수

3939339 2022. 12. 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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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 저지의 2022 시즌은 정말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습니다.

저지는 늦은 나이에 데뷔했고, 이번 시즌이 끝나고 FA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30세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것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매우 늦었죠. 저지는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와 동갑입니다. 하퍼는 2018시즌, 본인에게는 26세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어 13년 계약을 손에 쥐었습니다. 이미 이 때부터, 저지가 연장계약을 미리 맺을 것인지에 관한 예측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저지는 연봉조정을 고집했고, 그렇게 2022시즌을 맞이했습니다.

 

2022시즌은 파업으로 많은 일정이 뒤로 밀린 상황이었습니다. 3달의 파업으로 우리나라의 김광현 선수는 파업을 못 버티고 결국 KBO 유턴을 하기도 했죠. 저지의 연봉조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저지와 양키스의 연봉조정은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1,700만 달러를 원했던 양키스와 달리 저지는 2,100만 달러를 원했습니다. 그렇게 사상 초유의, 연봉조정 합의 없이 시즌이 개막하게 됩니다. 당장 2022시즌 연봉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저지가 경기를 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그런데 저지의 폼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무시무시한 홈런 레이스를 펼치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양키스를 향해 무력 시위를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그 홈런 페이스가 연봉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이번 연봉조정을 포함하여 향후 있을 FA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듯 보였습니다.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애런 저지. 출처 = USA Today

 

그렇게 전반기동안 33홈런을 기록한 저지의 최대 관심사는 FA였습니다. 저지의 FA가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현재 시장 트렌드에서, 저지의 FA에는 여러 긍정적인 요소들과 부정적인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Good : 양키스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성

예나 지금이나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 구단은 뉴욕 양키스죠. 뉴욕의 스타라는 상징성은, 그 어느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타이틀입니다. 물론 다른 구단에서 저지를 데려간다고 해서 그 상징성마저 가져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부분이 장점이 되는 이유는 양키스가 저지를 무조건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키스가 이전만큼은 돈을 잘 쓰지는 않는다고 해도, 양키스가 그 어느 선수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만큼 몸값이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Good : 여러 빅마켓 팀이 달려들, 최고의 거포 외야수

당연한 수식어입니다. 하지만, 지금 빅마켓 팀들이 거포 외야수를 못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저지를 탐낼 팀이 많습니다. 하퍼를 데리고 있는 필라델피아, 소토를 데리고 있는 샌디에이고 외에는 저지가 확실한 카드가 됩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저지가 원래 팬인 구단인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Bad : 많은 나이

최근 에이징 커브 이론의 대두로 늦은 나이에 FA를 맞이한 선수들은 좋은 계약을 받지 못 했습니다. 20대 후반이 보통의 전성기로 알려진 데에 반해 저지는 무려 30세 시즌을 마치고 FA를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31세 시즌부터의 계약을 커버해야 하는데, 많은 팀들이 계약 기간을 후려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나 푸홀스, 렌돈, 카브레라 등 수많은 30FA 계약들이 처참한 결과를 내고 실패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도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제아무리 저지라고 하더라도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Bad : 타자 친화구장 양키스, 우리 팀 홈구장에서는 글쎄

양키스는 대표적인 타자 친화구장이고, 저지는 구장의 덕을 많이 본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수비력이 좋은 편은 아닌 우익수이지만 양키스타디움은 수비 범위가 넓지 않습니다. 그리고 타격에서는 말할 필요가 없죠. 낮은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타격 지표를 볼 때 감안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이번 오프시즌 FA 최대어 저지에 관하여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던 시점에서 맞이한 후반기, 저지는 그야말로 야수였습니다. 모두가 부진에 빠져 있던 양키스를 말 그대로 멱살잡고 끌어버렸습니다. 한 때 7할을 넘던 양키스의 승률이 곤두박질쳐서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저지의 스윙 하나하나가 침몰하는 팀을 구해냈습니다.

결국 62홈런을 기록한 저지는 로저 매리스의 아메리칸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을 경신하는 데에 성공하며 새 역사를 썼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저지 위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약물 논란이 있는 선수였던만큼, “청정 홈런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결국 투타겸업으로 아주 뛰어난 성적을 거둔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를 제치고 생애 첫 MVP를 수상했습니다. 1위표 30장 중 28장을 가져간 압도적인 결과였습니다. 나머지 2표는 에인절스 소속 기자들이 오타니에게 준 표이니, 오타니만 아니었다면 무조건 만장일치가 가능했다는 이야기입니다.

 

2022시즌 최종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기 타석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OPS+ wRC+ 홈런 타점
2022 157 696 .311 .425 .686 1.111 211 207 62 131
전반기 89 389 .284 .364 .618 .983 173 173 33 70
후반기 68 307 .349 .502 .784 1.286 260 252 29 61

 

 

저지의 FA 가치를 논할 때, 2022시즌만 논할 수는 없습니다.

저지는 이전 시즌들도 훌륭했던 선수입니다. 누적 bWAR37.0인 선수이고, 수상 경력도 화려합니다. 2022시즌 MVP를 비롯하여, 2017시즌 MVP 2위를 기록했고, 실버슬러거는 3차례, 올스타는 4차례 수상했습니다. 이것만 해도 아주 화려한 커리어입니다. 특히나 2017시즌 MVP 2위의 경우 수상자가 호세 알투베였고 나중에 사인훔치기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저지가 수상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미 쌓은 공적도 대단한데, FA 직전 시즌이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위대한 시즌이었던 것이죠.

 

저지의 FA 이전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기 타석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OPS+ wRC+ 홈런 타점 fWAR bWAR
2016 27 95 .179 .263 .345 .608 61 62 4 10 -0.2 -0.3
2017 155 678 .284 .422 .627 1.049 171 174 52 114 8.7 8.0
2018 112 498 .278 .392 .528 .919 150 150 27 67 5.3 5.9
2019 102 447 .272 .381 .540 .921 143 141 27 55 4.3 5.6
2020 28 114 .257 .336 .554 .891 143 140 9 22 1.1 1.1
2021 148 633 .287 .373 .544 .916 149 149 39 98 5.5 6.0
2022 157 696 .311 .425 .686 1.111 211 207 62 131 11.4 10.6
합계 729 3161 .284 .394 .583 .977 163 163 220 497 36.1 37.0

 

 

결국 저지의 계약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9년 3억6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야수 최초의 연평균 4000만 달러 계약입니다. 위에 있는 두 투수인 벌랜더와 슈어저가 3년 이하의 단기계약임을 감안하면, 가장 위대한 계약이라는 표현은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지는 31세 시즌부터 39세 시즌까지를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양키스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이유입니다. 양키스는 현재 저지를 대체한 마땅한 대안이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스타성이나, 포지션 경쟁자나 어느 한 쪽으로도 이를 대체할 사람은 없죠. 그래서 저지를 놓아줄 수 없었고, 결국 그에게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양키스도 먹튀 타자들에게 당한 적이 꽤나 있었습니다. 특히 2번째 FA의 에이로드의 경우 저지의 장기계약을 망설이게 하는 큰 요인이 되었죠. 양키스의 대표적인 먹튀인 자코비 엘스버리도 있습니다.

 

저지와 스탠튼, 그리고 이제 이 두 타자의 30대에 영혼까지 걸어야 하는 양키스.

 

양키스는 이로써 3억 달러 트리오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게릿 콜 : 932400만 달러 (2019시즌 후 FA계약, 부동의 1선발)

지안카를로 스탠튼 : 1332500만 달러 (2014시즌 후 연장계약, 2018시즌 후 트레이드로 영입)

애런 저지 : 936000만 달러 (2022시즌 후 FA 계약, 부동의 주전 우익수)

 

이미 3억 달러 선수가 2명이 있는 시점에서, 양키스는 우승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미 있는 3억 달러 선수 2명이 모두 결점이 있다는 점입니다. 콜은 2022시즌 예상 외로 부진했습니다. 피홈런이 급속도로 증가하여 최다 피홈런 투수가 되었습니다. ERA3.50이었으나 피홈런 문제로 bWAR2.4에 그쳤습니다. 스탠튼은 자타공인 메이저리그 최악의 유리몸입니다. 건강할 때는 잘 하지만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는 빈도가 너무 잦은 선수입니다.

이미 노쇠화 조짐과 함께 삐걱댈 느낌이 강한 둘과 함께, 저지는 우승을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아직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힘이 남아있습니다. 2022시즌도 챔피언십시리즈 까지는 올라갔으니까요. 하지만, 거대한 계약이 남아있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그럴 시간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간은 양키스의 편이 아닌 듯 싶습니다.

 

 

이번 계약에 대한 제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저지 : A

원하는 계약 기간, 평균 연봉 모두를 얻어냈습니다.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계약을 저지가 얻어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니까요.

 

양키스 : B

사실 양키스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지를 잡아야 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40세 이후 시즌까지 보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천하의 저지에게 팀 옵션이라는 보험도 달아둘 수 없었습니다. 이 계약은 사실, 미래가 평가하리라 생각합니다. 저지의 성적이, 그리고 그 성적으로 인해 양키스가 받게 될 성적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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