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 2022 시즌/2022 오프시즌

제이콥 디그롬 텍사스행, 희망일까 재앙일까

3939339 2022. 12. 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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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FA 선발 투수 최대어, 제이콥 디그롬의 행선지가 결정이 되었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무려 보장 5년 1억85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습니다. 6년차 시즌에는 옵션이 걸려있으며 성적에 따라 팀 옵션이 될 수도, 선수 옵션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최근 FA 시장 분위기를 생각할 때, 디그롬의 계약 규모나 기간은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디그롬의 계약 규모를 보고 예상 외라고 평가하는 편입니다. 실력만큼은 확실한 디그롬의 FA는 왜 놀라울까요?

 

제이콥 디그롬의 데뷔 초기 시절 모습. 지금과는 다르게 장발을 하고 있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제이콥 디그롬은 2014년 뉴욕 메츠에서, 26살의 늦은 나이에 데뷔했습니다. 풀타임 시즌은 27살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심지어 2019시즌 시작 전, 5년짜리 연장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계약에서 2022시즌 종료 후 옵트아웃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고, 남은 26300만 달러의 계약을 포기하고 이번 FA 시장에 나왔습니다. 데뷔가 늦었던 선수가 중간에 연장계약까지 한 번 맺었으니, FA가 크게 밀린 것입니다.

 

34세 시즌까지 마치고 FA가 된 디그롬에게는 난관이 있었습니다. 우선 에이징 커브 이론에 따라 30대 중반 이후 FA가 된 선수들에게 장기계약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은 디그롬에게 악재였습니다. 특히 부상에 더 취약한 투수는 장기계약을 따내기 어려워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디그롬은 지난 2년을 부상으로 점철된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며 큰 기대를 보였던 2021시즌 중반 부상으로 아웃되어, 2022시즌 후반이 되어서야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디그롬의 모습은 기대에는 살짝 못 미치는 모습이었고, 뉴욕 메츠는 지구 우승을 놓치고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탈락하는 용두사미 엔딩을 맞게 되었습니다. 부상이 잦았던 디그롬이 큰 계약을 따내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35세 시즌부터 시작하는 5년 계약을, 디그롬은 결국 따내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주세를 하나도 내지 않아도 되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요.

 

텍사스 레인저스의 새로운 홈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

시대에 역행하는 이 계약을 이해하려면 여러 사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선 텍사스 레인저스입니다. 텍사스는 지난 시즌, 존 다니엘스 단장을 경질했습니다. 과감한 투자에도 이번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오프시즌 유격수 코리 시거와 외야수 마커스 시미언을 영입하면서 총액으로 5억 달러 이상을 썼습니다. 그럼에도 5할 승률에 크게 미치지 못한 단장의 경질은 당연했습니다. 문제는 이 투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신구장 이전 후, 코로나19 없이 맞는 첫 시즌이 이번 시즌이었던지라 이해는 가지만 이 애매한 출발은 어떻게든 대형 선수를 잡아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디그롬이 메츠에서만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는 점입니다. 메츠의 구단주 스티브 코헨은 우승을 위해 화끈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이번 FA 시장에 큰 거품이 끼는 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슈어저까지 나가는 메츠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선발진의 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디그롬에게 큰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선발진이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텍사스 입장에서는 큰 규모의 계약을 안겨서라도 어떻게든 디그롬을 잡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규모의 계약을 한 것입니다.

 

또한, 나이가 많더라도, 큰 계약을 안겨서라도 확실한 선발 투수를 영입하는 것이 낫다는 구단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맥스 슈어저의 7년짜리 FA계약이 7년 내내 성공적이었고 이것이 결국 워싱턴의 창단 첫 우승으로 이어진 점. 저스틴 벌랜더의 단기 FA 계약이 이번 시즌 휴스턴의 우승으로 이어진 점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에이징 커브 이론이 있다고 하더라도, “클라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증명할 정도의 수준이 되는 선수라면 우승 트로피를 쥐게 해줄 마지막 퍼즐조각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제이콥 디그롬은 뛰어난 선수입니다. 그걸 부정할 사람은 없습니다. 사이영 상 2, 올스타 4, 8년 간 통산 bWAR 43.8. 이 시대에 뛴 선수 중, 디그롬보다 잘 던졌다고 단언할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제이콥 디그롬의 통산 성적입니다.


경기 이닝 ERA ERA+ FIP WHIP SO K/BB fWAR bWAR
2014 22 140.1 9 6 2.69 128 2.67 1.140 144 3.35 3.6 3.1
2015 30 191.0 14 8 2.54 149 2.70 0.979 205 5.39 4.9 5.2
2016 24 148.0 7 8 3.04 132 3.32 1.203 143 3.97 2.9 3.4
2017 31 201.1 15 10 3.53 117 3.50 1.187 239 4.05 4.1 4.2
2018 32 217.0 10 9 1.70 218 1.98 0.912 269 5.85 9.0 9.5
2019 32 204.0 11 8 2.43 169 2.67 0.971 255 5.80 6.9 7.2
2020 12 68.0 4 2 2.38 180 2.26 0.956 104 5.78 2.6 2.6
2021 15 92.0 7 2 1.08 373 1.24 0.554 146 13.27 4.9 4.4
2022 11 64.1 5 4 3.08 126 2.13 0.746 102 12.75 2.2 1.4
합계 209 1326 82 57 2.52 155 2.62 0.998 1607 5.30 41.1 41.1

 

그러나 이 모든 가정은, 디그롬이 건강하다는 가정 하에서입니다.

물론 디그롬은 그렇게 부상이 많았던 선수는 아닙니다. 2021년 중반에 1년 정도를 쉬게 한 팔꿈치와 어깨 부상이 장기 부상은 유일합니다. 이닝 소화력도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 준수한 선수입니다. 그러나, 이번 장기계약은 30대 중반에 당한 부상이기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35세 시즌을 시작하는 디그롬이 만약 텍사스 선발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 한다면, 텍사스는 지난 시즌과 같이 처참한 성적을 거둘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텍사스는 디그롬이 있다고 해도 선발진이 우승권 팀과는 거리가 먼 상황입니다. 현재 텍사스의 선발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1선발 : 제이콥 디그롬

(2022 / NYM) 64.1이닝, 54ERA 3.08, bWAR 1.4

2선발 : 마틴 페레즈

(2022 / TEX) 196.1이닝, 128ERA 2.89, bWAR 5.0

3선발 : 앤드류 히니

(2022/ LAA) 72.2이닝, 44ERA 3.10, bWAR 0.7

4선발 : 존 그레이

(2022 / TEX) 127.1이닝, 77ERA 3.96, bWAR 1.5

우승권 팀과는 거리가 먼 선발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텍사스는 불펜진도 좋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 많은 선수를 영입해야 합니다.

 

 

이번 영입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디그롬 : A-

사실상 텍사스에서 커리어 말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40세 시즌까지 커버할 수 있는 최고의 계약을 손에 넣었습니다. 디그롬은 늦게 데뷔했기 때문에 누적 스탯이 부족해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선수입니다. 조금 더 활약해서, 메이저리그 팬들도 기쁘게 하고, 명예의 전당도 확정하고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 바람입니다.

 

메츠 : B

디그롬을 잡고 싶었겠지만, 이 정도 규모의 패닉바이를 하는 팀이 나타났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신 그만한 스타성을 가지고 있고 실력도 확실한 선발투수인 벌랜더를 영입했습니다. 그것도 단기계약으로 말이죠. 디그롬은 못 잡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끈한 투자가 이어진만큼 내년 시즌 메츠는 기대가 됩니다.

 

텍사스 : C

디그롬을 잡을 이유가 없는 팀이 패닉바이를 했습니다. 이미 영입한 선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입하기는 했는데, 텍사스는 유망주 풀도 안 좋기 때문에 지금 연봉 구조와 선수 풀로는 우승권은커녕 포스트시즌도 힘들어 보입니다. 냉정하지 못 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 영 신임 단장의 빅네임 영입이,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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