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선수가 드디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7년차 시즌을 맞이하는 이정후 선수는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자격을 얻는데요, 한 시즌 더 뛰면 완전한 FA가 되어 이적할 수 있지만 더 일찍 MLB행을 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정후 선수는 시즌이 끝나고, 어떤 절차를 거쳐서 이적하게 될까요?
2023시즌이 끝나고 이정후 선수가 포스팅을 신청하게 되면, KBO를 통해 MLB에 포스팅 공시가 됩니다. 공시가 되는 날로부터 30일동안,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모두가 이정후 선수와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습니다. 즉, 이정후 선수는 메이저리그 구단을 상대로는 사실상 FA 신분이 됩니다.
다만 계약하는 메이저리그 팀은 이정후 선수의 원 소속팀이었던 키움 히어로즈에 이적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적료는 이정후 선수가 맺은 계약의 총액과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선, 보장되는 금액이 얼마냐입니다. 즉, 옵션은 제외합니다.
1) 보장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라면, 총 금액의 20%를 지불합니다.
2) 보장 금액이 2500만 달러 이상 5000만 달러 이하라면, 500만 달러에 더하여, 2500만 달러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 17.5%를 지불합니다.
3) 보장 금액이 5000만 달러 이상이라면, 937.5만 달러에 더하여, 5000만 달러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 15%를 지불합니다.
4) 만약 선수의 계약에 옵션이 있다면, 옵션이 실행된 경우 옵션 금액 전체에 대해 15%를 지불합니다.
2020시즌을 마치고 이런 방식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김하성 선수의 이적에 대입해보면서 이해를 해보겠습니다. 김하성 선수가 맺은 계약은 4년 2800만 달러를 보장하며, 옵션과 인센티브가 모두 발동될 경우 4+1년 3900만 달러까지 계약 규모가 커집니다.
보장 금액에 대해서는, 2800만 달러가 2500만~5000만 사이이므로, 500만 달러에 더하여, 초과분 300만 달러의 17.5%에 해당하는 52만5000만 달러를 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552만 5000달러가 포스팅비가 됩니다.
만약 옵션이 모두 발동된다면 옵션이 1100만 달러이므로 이 금액의 15%인 165만 달러를 추가로 키움 히어로즈에 주어야 합니다. 즉, 포스팅비는 최대 717만 50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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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그 소속 선수들도 동일한 방식으로 포스팅이 진행됩니다. 2022시즌 보스턴으로 이적한 요시다 마사타카가 가장 최근의 포스팅 이적이죠. 일본의 경우 8년차 시즌을 채워야 FA가 될 수 있다는 점은 KBO와 같지만, 포스팅 자격에 7년차 시즌을 요구하는 KBO와 달리 NPB는 포스팅 자격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오타니 쇼헤이가 이 점을 이용하여 5년차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로 포스팅 이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만 25세 이전에 해외에서 영입되는 선수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분류하여 마이너리그 계약만 가능한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라, 만 25세 이전에 포스팅에 도전하는 선수는 앞으로 나오지 않을 전망입니다. 계약 규모에 따라 이적료가 결정되는 현행 포스팅 방식이라면,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떠나게 되면 원 소속팀이 아무런 대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타니는 포스팅 당시 만 23세였으며, 당시에는 포스팅 방식이 조금 달랐습니다.
포스팅 시스템은 한국에서는 1997년, 일본에서는 1998년에 처음 도입된 제도입니다. 도입 당시에는 경매와 비슷한 방식이었습니다. 포스팅 공시가 이루어지면, 30개 구단이 해당 선수에 대한 이적료를 입찰합니다. 최고 입찰 팀과 이적료를 전달받은 원 소속팀은 이를 수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며, 수용하기로 했다면 최고 입찰액을 제시한 팀이 독점 협상권을 30일간 가질 수 있습니다. 즉, 선수와 맺은 계약과 이적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돈이 됩니다. 이는 축구 이적시장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큰 반발을 일으키게 되는데, 구단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너무 많은 돈을 쓰게 된 것입니다. 일본 선수들은 어느 정도 검증된 자원인 데에 반해 젊은 나이에 시장에 나오게 되므로 인기가 상당히 높습니다. 특히나 포스팅이 과열된 2010년대에는 일본의 선발 투수들이 풍년이었고 이적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포스팅비가 너무 과해지면서 정작 선수들의 계약 규모가 작아지는 문제도 떠올랐습니다. 단독 입찰권을 따내는 방식이므로 선수가 자유로운 협상권을 가질 수 없었던 점도 문제였죠.
이 문제가 정점에 이른 것은 2011년으로, 다르빗슈 유가 5170만 달러라는 금액을 찍고야 말았죠. 급기야 메이저리그는 포스팅 금액에 2000만 달러의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일본 리그에 합의하게 됩니다. 만약 상한선까지 입찰한 구단이 여러 개일 경우, 이 구단들 모두가 협상에 나설 수 있습니다. 즉,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팀의 폭이 넓어지는 것입니다.
2013년 다나카 마사히로가 포스팅을 할 때 상한선의 적용을 받아 2000만 달러 이적료로 이적했고, 7년 1억5500만 달러라는 포스팅 이적 역대 최고 계약 규모를 경신하게 됩니다. 이 때 KBO에도 상한선을 제시했다는 설이 있지만 KBO는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류현진 선수가 이적한 것은 2012년으로 2537만 달러의 포스팅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상한선 문제는 일본 리그 구단들의 강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에 규약 수정이 필요했고 현재의 방식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결국 경매와 같은 과거의 포스팅 제도는 2017년을 끝으로 사라졌으며 현재의 제도로 바뀌게 됩니다. 2017년은 오타니 쇼헤이가 이적한 해이기도 한데, 재정이 좋지 않았던 원 소속팀 니혼햄이 오타니가 바뀐 제도에서 받을 수 있는 이적료가 현재보다 적다고 판단한 점도 작용했습니다. 현재 제도에서 2000만 달러의 포스팅비를 지불하려면 선수가 보장 금액 1억1000만 달러를 넘긴 계약을 따내야 합니다. 일본 리그에서도 매우 특급이었던 선수만 가능한 금액이며, 한국 리그 출신 선수는 불가능하리라 생각되는 금액입니다.
현재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의 권익이 보장된다는 점입니다. 독점 입찰권을 가져가던 방식에서는 선수가 그 팀 외에 다른 팀은 갈 수 없었고, 협상이 결렬된다면 적어도 그 해 오프시즌에는 다른 팀과 협상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낮은 규모의 계약에 합의해야 했습니다.
이 점 때문에 상한선 2000만 달러가 생겼습니다. 상한선까지 베팅한 팀은 모두 선수의 계약 협상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오타니는 이 점을 십분 활용하여 팀들에게 프레젠테이션까지 요구하는 대담함을 보여주기도 했죠.
물론 포스팅 시스템은 해당 리그에서 FA에 도달하지 않은 선수들을 위한 이적 방식으로, FA가 된 선수는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습니다. 2022년에는 센가 코다이가 FA를 통해 메이저리그행에 성공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양현종 선수가 FA 자격을 취득하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던 바가 있습니다.
과거 KBO 출신 타자들의 이적료 현황이나 기록한 성적들로 이정후에 대한 평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포스팅으로 이적한 김하성은 타격은 출중했고 수비에는 의문부호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비는 리그 최정상급이고 타격은 평균 정도였으니까, 이정후의 이적을 예측하기에 좋은 지표는 아닙니다.
이정후의 수비는 KBO에서는 좋은 편이나, 외야수 수비는 극도로 뛰어난 것이 아니면 고평가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매년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이정후 선수의 성적을 고려한다면, 올해 wRC+ 190 이상을 기록하여 또다시 도약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기록한 성적과 최근 FA시장 트렌드를 종합하면, 개인적으로 이정후 선수가 받을 수 있는 계약은 4년 4000만 달러 정도가 가능합니다. 최대치는 5년 6000만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하성보다 타격 지표가 좋은 이정후가, 조금 더 좋은 계약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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