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석 선수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했습니다. 지난 2022시즌 KBO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었는데, 그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계약금은 비공개하기로 합의했으나 심준석 측 에이전트가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100만 달러를 넘는다고 합니다. 꽤나 거액을 보장받고 입단한 것입니다.
KBO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이 유력했던 심준석은 예상대로 가장 많은 계약금을 쥐어줄 수 있었던 피츠버그에 입단했습니다. 그런데 이 입단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하성, 강정호, 류현진 등 프로 선수들의 입단 방식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심준석은 어떤 방식의 입단을 한 것인지, 앞으로 거쳐야 할 길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심준석 선수가 입단한 방식은 국제 아마추어 계약입니다. 미국/캐나다/푸에르토리코 출신 선수가 아닌, 만 25세 이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입단하고자 할 때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단해야 합니다. 자유 계약 형식이며, 계약금 이외에는 마이너리그 계약만 맺을 수 있는 형태의 입단입니다. 즉, 심준석 선수는 이제 마이너리그 생활을 해야 합니다.
기존에 이런 방식으로 메이저리그에 입단한 한국인 선수는 꽤 많습니다. 박찬호, 추신수, 봉중근, 구대성, 류제국 등 과거에는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메이저리그에 입단을 타진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박효준, 배지환 선수가 이 방식으로 입단하여 메이저리그까지 올라오는 데에 성공했죠.
다만 이 방식의 입단은 선수에게 페널티가 있는데, 한국으로 돌아올 경우 2년 간 프로 리그에서 뛰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점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하는 경우 한국 리그로 바로 들어올 수 없으며, 이 기간을 다 채우고 나서도 드래프트를 거쳐야 하는 맹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주 큰 고민을 해야 합니다.
비단 선수 뿐 아니라, 해당 선수의 출신 고교에도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5년 간 KBO에서 지급하는 육성지원금을 그 학교에는 지급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해당 학교에서도 메이저리그로 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은 한국에서 먼저 성공한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지라, 굳이 메이저리그로 먼저 갈 필요를 찾지 않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심준석 선수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피츠버그에 입단해,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4대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해외 선수에 대하여 이런 식의 자유계약 영입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NHL과 NBA는 해외 출신 선수도 예외없이 드래프트를 거쳐야만 그 리그에서 뛸 수 있는 것과는 상반됩니다(NFL은 해외 출신 선수가 사실상 없으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드래프트가 없는 만큼, 프로스포츠의 공정함의 틀에서는 벗어날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은 구단이라면 유망주를 이렇게 많이 긁어모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메이저리그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 풀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보너스 풀”이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한 해에 한 팀이 영입할 수 있는 국제 아마추어 선수의 계약금 총합에 제한을 두는 것을 말합니다.
2023년 보너스 풀 기본금은 475만 달러이며, 드래프트에서 경쟁균형 A라운드 픽을 받는 팀은 525만 달러, B라운드 픽을 받는 팀은 575만 달러에서 출발합니다. 만약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여 FA시장에 나온 선수를 영입한다면, 사치세를 넘긴 팀의 경우 100만 달러, 사치세를 넘기지 않은 팀의 경우 50만 달러를 감점합니다.
이렇게 각 팀에게 주어진 보너스 풀이 결정되면, 각 팀은 이 계약금을 선수의 계약에 소진하거나,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보너스 풀 금액은 양도가 가능합니다. 다만, 한 팀이 트레이드로 채울 수 있는 보너스 풀 금액은 그 팀의 기본금의 60%로 제한됩니다. 무한정 보너스 풀을 트레이드로 벌어오는 방식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 보너스 풀 제도는 계속 개정이 되어왔지만, 현재는 보너스 풀이 하드 캡(Hard cap) 제도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하드 캡이란 그 금액을 절대 넘을 수 없도록 설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요안 몬카다처럼 30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는 방식과 같은 거액의 계약은 현행 제도에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2022년 노사협의 당시, 퀄리파잉 오퍼 제도를 손보는 대신 국제 아마추어도 드래프트를 하자는 취지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이는 1년 뒤에 합의를 보도록 되어 있었는데,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 하게 되면서 현재와 같은 자유계약 형태는 다음 노사합의가 이뤄지는 2027년까지는 유지되게 되었습니다.
피츠버그는 대략 585만 달러의 보너스 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가장 많았습니다. 한국인 선수를 선호하는 구단답게 통크게 베팅할 것으로 예상했고, 결국 심준석을 손에 넣었습니다.
현지에서 심준석을 어떻게 평가할 지는 모르겠지만,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정말 애지중지 키울 만 합니다. 스몰마켓 구단인지라 유망주들을 잘 갈고닦아 한 번에 터뜨려야 하는 구단이기 때문입니다. 피츠버그가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갔던 것이 강정호가 피츠버그에서 뛰던 시절로, 앤드류 맥커친과 스탈링 마르테, 프란시스코 서벨리, 그리고 게릿 콜이 당시 피츠버그 소속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시리즈는 근처도 가보지 못 했습니다.
다시 심기일전해서 리빌딩에 돌입한 피츠버그가, 심준석을 달고 날개돋친 듯이 날아올랐으면 합니다. 심준석 선수도 메이저리그까지 올라와서 피츠버그의 선발진 한 자리를 꼭 꿰찰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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